[차한잔] “갓바위 케이블카 반대” 덕문 선본사 주지스님

“흙길·숙박시설 조성 갓바위 기도성지화 최선”

  “글쎄요, 케이블카는 곤란합니다.”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 덕문(德門) 주지스님은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님은 “갓바위는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불교성지이고, 따라서 관광논리로 갓바위를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부처님의 성스러운 땅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며, 인간이 편리함만을 생각해 기도성지에 파이프를 박아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12월5일 갓바위 선본사 주지로 취임해 한달여를 맞은 스님은 향후 갓바위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계획을 내놓았다.
스님의 생각들이 구체화되면 대구시민의 정신적 안식처인 갓바위의 위용은 새롭게 변화될 전망이다.

우선 스님은 갓바위 성지로 가는 ‘길’을 새롭게 조성해 나갈 뜻을 밝혔다.
시멘트와 돌계단으로 구성된 현재 길은 그대로 두고, 대신 인근의 부지 3만평(9만9천㎡) 정도를 매입해 기도객들이 흙길을 밟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하며 걸을 수 있는 숲속 오솔길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
또한 기도객들이 선본사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대중숙박시설’을 새롭게 조성할 뜻도 밝혔다.
두 가지 계획이 현실화되면 케이블카가 없더라도 좀더 편리하게 갓바위를 찾을 수 있으며, 또한 기도객들이 선본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이른 새벽에 맑은 기운을 받으며 갓바위 성지에서 기도를 올릴 수 있다는 것.

갓바위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용했을 ‘공양간’ 쇄신 계획도 내놓았다. 스님은 “갓바위 기도객들이 제기해온 가장 큰 민원 중 하나가 공양간의 반찬이었다.
반찬을 3가지 정도로 늘리고, 더불어 공양간의 분위기도 좀더 밝고 환하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갓바위 대중공양간은 방문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반면, 소금처럼 짠 반찬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밖에도 스님은 갓바위 인근의 어지러운 가판대와 주변경관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인근 매점 등에도 협조를 구해 분위기를 바꿔나갈 뜻을 밝혔다.
덕문 스님은 “갓바위는 불교를 대표하는 성지이면서, 관광객도 많은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명소다.
갓바위의 존재 의의를 먼저 생각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겠다”고 전했다.

갓바위가 소속된 선본사는 조계종 직영사찰이다.
덕문 스님은 강화도 보문사, 울산 도솔암 등에서 주지로 있었으며, 현재 조계종 원로회의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